인모스트투자자문 장재창대표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역사상 가장 짧은 130단어짜리 성명서를 내놓았다. 의장인 케빈 워시(Kevin Warsh)는 점도표에 자신의 전망을 찍지 않았다.
회의 직후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는 쪽의 베팅이 79%까지 올라갔다. 같은 시각 미국 연방정부의 장부에는 다른 숫자가 적혀 있다. 국채 이자 비용만 연 1.2조 달러로 1991년 이후 최대이며, GDP 대비 3.2%에 이른다.
긴축을 말하는 중앙은행의 입과, 인하를 가리키는 정부의 장부가 같은 화면 위에 놓여 있다. 금리 인하는 정말 오는가. 온다면 그것은 누구의 선택인가. 이 물음에 답하려면 먼저 시장을 움직여 온 힘이 무엇이었는지부터 되짚어야 한다.
경제가 좋아질 때가 아니라, 경제가 망가질 때 주가는 더 많이 올랐다.
"100에서 1,000까지 8,894일, 저성장기엔 절반이 걸렸다”
S&P 500의 60년 장기 차트는 우리의 상식을 배반한다.
미국 경제가 두 자리 수 성장을 구가하던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지수가 100에서 1,000에 이르는 데는 8,894일이 걸렸다. 성장률이 한 자리 수로 내려앉은 뒤에는 그 절반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고, 잠재성장률 2%를 두고 강한 성장이라 평가하는 현재의 저성장 국면에서는 오히려 1,000포인트씩 뛰어오르는 상승이 나타났다. 경사는 갈수록 가팔라졌다. 경제가 가장 힘차게 성장하던 시기에 주가의 기울기가 가장 완만했다는 사실은, 주식시장을 밀어 올리는 근본적인 힘이 실적과 경제 성장이라는 통념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무언가 다른 힘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 힘을 금리, 더 정확하게는 달러 발행량에서 찾는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20%대까지 치솟았던 금리가 1980년대부터 내리막에 들어서자, 공교롭게도 바로 그 지점부터 지수의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금리가 4%대에서 제로까지 떨어졌던 2020년부터 2023년 사이의 경사는 단연 가장 가파르다.

여기에 상품 구조의 힘도 겹쳤다. 1994년 미국 시장의 2%에 불과하던 상장지수펀드(ETF)의 비중은 이제 50%를 훌쩍 넘었고, 오른 종목을 장 막판에 기계적으로 더 사들이는 지수형 상품의 속성은 오를 때 더 오르게 하고 떨어질 때 더 떨어지게 하는 증폭기가 되었다.

"2008년과 2020년, 경제가 망가질 때 주가는 더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