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모스트투자자문 장재창대표
2025년 6월 글로벌 주식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AI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미국과 한국 모두 강력한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에서는 중동 휴전과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시사로 S&P500과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의 견고한 실적이 기술주 랠리를 이끌었다. 국내 증시 역시 상반기 기준 지난 50년 중 6번째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3저 호황(저금리·저물가·저환율)의 전형적 모습을 연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실적 개선보다는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시장을 주도했다는 것으로, 이는 글로벌 유동성이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하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의 특징이다. 7월 현재 각국의 정책 믹스가 강화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에게는 기존의 실적 중심 분석에서 벗어나 유동성 사이클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되고 있다. 유동성 장세가 시장된 가운데, 유동성 장세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경기 순환 사이클은 계절처럼 봄·여름·가을·겨울로 돌아가며, 현재는 가장 수익성이 높은 봄(유동성) 장세에 진입했다”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두 가지 사이클로 구분된다. 2-6년 주기로 반복되는 순환적 사이클과 40-50년 주기의 구조적 사이클이 그것이다. 순환적 사이클 내에서도 투자의 사계절이 존재하는데, 현재 우리는 봄에 해당하는 유동성 장세에 위치해 있다.
유동성 장세는 투자의 4계절 중 가장 실속 있는 수익을 창출하는 구간으로, 과거 사례를 보면 심할 때는 6년간 지속되기도 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부터 2014년까지가 대표적인 사례로, 이 기간 동안 강력한 유동성 공급이 시장을 견인했다.
이 시기의 특징은 실적보다는 밸류에이션(배수)이 시장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이익 증가가 아닌, 동일한 실적에 대해 더 높은 가격을 쳐주는 리레이팅이 핵심 동력이 된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Forward P/E는 8.2배에서 10.5배로 상승했지만, 기업 실적 전망은 오히려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의 특징으로, 자금의 힘이 펀더멘털을 압도하는 구간임을 의미한다.
"미국, 중국, 유럽, 한국 등 주요국이 동시에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를 실행하는 전례 없는 폴리시믹스가 진행 중”
현재 글로벌 유동성은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정책 믹스(Policy Mix)를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금리 인하)과 재정정책(정부 지출 확대)을 동시에 사용하는 이러한 접근법은 강력한 유동성 공급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9조 달러 규모의 단기채 발행과 SLR(보완적 레버리지 비율) 완화,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 감세 정책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유동성 공급을 가져올 전망이다. 특히 MMF(머니마켓펀드)에 쌓인 7조 달러가 향후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유럽은 그동안 재정 보수주의를 고수했던 독일이 방위비 GDP 5% 확대와 함께 재정 준칙을 완화하면서 변화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하이퍼 인플레이션 트라우마로 재정 확대에 극도로 신중했던 독일의 정책 전환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