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모스트투자자문 장재창대표

4월 한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미국·이란 충돌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한 거시 역풍 한복판에서 만들어낸 결과다.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배 급증하고 SK하이닉스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글로벌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수요 폭증의 실증을 보여주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과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자본 지출 확대가 같은 흐름을 미국 시장에서 재현했고, 지정학과 고금리라는 '걱정의 벽'을 AI 슈퍼 사이클이 거침없이 등반해 낸 한 달이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가장 자주 제기되는 질문은 셋 중 하나다. 언제 팔까. 이 시장의 끝은 어디일까. 그리고, 늦었다는 걸 알면서도 사야 한다면, 무엇을 사야 할까.
세 질문에 대한 우리 답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26년 1월 시황에서도 같은 결론을 냈고, 그 결론은 현재까지도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 그 사이 코스피만 4,000대에서 7,000대로 올라섰을 뿐, 골격은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1월에는 보이지 않던 신호 몇 가지가 새로 추가되었다. 그 신호들을 짚으며 다시 정리한다.
단기 트레이딩이 아니라 장기자산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짧은 시야로는 시장의 초과 성과를 내기 어렵다. 늘 조금 크게, 조금 길게, 조금 앞서서 본다. 오늘의 글도 그 시야로 읽어주시기 바란다.
한국 시장의 매도 시점을 묻는 분이 가장 많다. 답은 단순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꺾이는 자리가 곧 한국 시장이 꺾이는 자리다. 이 두 종목의 사이클을 읽는 데서 첫 번째 질문의 답이 시작된다.
"16개월간 이익 증가분 473조 원, 그중 450조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몫이다.”

수치를 먼저 제시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2025년 1월부터 2026년 4월까지 16개월 동안, 코스피 상장사 전체의 영업이익 증가분은 473조 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증가분이 427조 원이다. 남은 47조 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SK스퀘어 25조 원조차 그 원천을 따져 들어가면 SK하이닉스로 회귀한다. 두 종목과 그 파생분을 합치면 약 450조 원, 비율로는 95%가 넘는다. 코스피 이익이라 부르지만, 사실상 두 회사의 이익이다.
이 구조는 대만의 TSMC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TSMC 한 기업이 대만 전체의 경기와 국민소득을 끌고 간다. 한국은 그 자리에 두 종목이 있을 뿐이다. 분명 행운이다. 동시에 분명한 취약점이다. 둘 중 어느 한쪽이라도 꺾이면 한국 시장은 95% 함께 꺾인다. 한국 시장의 모든 밸류에이션, 모든 목표주가, 모든 9,000·10,000 코스피 시나리오가 이 한 줄 위에 얹혀 있다.
"두 종목을 넣으면 PER 7.3배 딥밸류, 빼면 14배 고평가. 같은 시장의 두 얼굴이다.”

지금 코스피의 가격수익비율(Price Earnings Ratio, PER)은 7.3배다. 통상 코스피의 평균 PER이 10배 부근임을 감안하면 명백히 저평가, 이른바 딥밸류(Deep Value) 영역이다. 환율을 반영해 미국 마이크론과 동등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한층 더 저렴하다. 적어도 숫자로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