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모스트투자자문 장재창대표
11월 시장은 뚜렷한 변동성을 보였다. 월 초 FOMC 이후 연준 관계자들의 매파적 발언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급속 약화되었고, AI 버블 논쟁의 심화와 비트코인 급락이 겹치며 기술주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조정이 발생했다. 그러나 중순 이후 일부 연준 이사들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재언급하면서 시장심리가 빠르게 반전되었고, 연말 성수기 수요 기대와 함께 주요 지수들은 사상 최고가 인근까지 회복되었다.
이러한 변동성 속에서 근본적인 시장 구조의 변화가 진행 중이다. 통화정책 중심의 '신자유주의 시대'가 종료되고, 재정지배와 중앙은행의 정치화가 구체화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적 전환의 배경과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신자유주의의 쇠퇴에서 시작하여 재정지배의 필연성, 중앙은행 정치화의 구체적 형태, 그리고 이를 통해 구현되는 국가자본주의의 구체적 전개 방식을 다루며, 2026년 이후의 시장 변화를 주도할 핵심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통화정책 중심의 신자유주의는 저성장과 부의 양극화만 초래했으므로, 미국은 재정정책 중심의 국가자본주의로의 정책 전환을 필연적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재정지배로의 전환이 일어난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이다. 신자유주의라는 경제 체제 자체가 구조적 한계에 도달했고, 통화정책 단독으로는 더 이상 경제를 부양할 수 없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약 10년간 미국 연준은 모든 통화정책 도구를 동원했다. 금리 인하, QE 1부터 3까지, Operation Twist 등 거의 모든 도구가 시도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구조적 저성장(Secular Stagnation)과 부의 양극화였다. 통화정책이 풀어낸 돈이 금융시장으로 흘러가 자산가격만 올렸지, 실물경제의 생산성이나 임금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2010년대의 '긴축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의 조합은 오히려 경제에 구조적 재앙을 초래했다. 저성장에 따른 저금리는 값싼 금융비용과 저임금으로 좀비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그 결과 기술혁신은 늦어지고 경제 효율성은 악화되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중심(Monetary Dominance)' 패러다임은 10년 이상 실물경제에 실질적 개선을 가져오지 못했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정책 실험은 결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정부의 직접적 재정 투입, 즉 가계에 직접 현금을 지급한 정책이 경제에 즉각적 효과를 거두면서, 재정정책의 우월성이 명확히 증명되었다. 미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수준을 보면, 팬데믹 이후 140% 수준으로 급등했으며, 이는 신자유주의가 지향했던 '균형재정' 원칙의 완전한 포기를 의미한다.
동시에 미국이 신흥국의 80배에 달하는 과도한 재정 지출을 감행하면서, 개인 가처분 소득이 역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결과적으로 정책 당국은 신자유주의의 '통화정책 중심' 패러다임을 완전히 포기하고, 재정정책을 중심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재정지배 시대'의 개막이며, 동시에 '국가자본주의 시대'의 시작인 것이다.
"미국의 부채 이자가 국방비를 초과하는 퍼거슨 법칙 상황과 달러 약세 현상(Debasement Trade)은 기축통화국이 기존 정책으로는 더 이상 자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더 깊은 구조적 이유가 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라는 지위를 유지해야 하는데, 여기에 내재된 모순이 있다. 이를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라고 부른다. 기축통화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미국은 계속해서 달러를 공급해야 하고, 이를 통해 전 세계에 달러가 흩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과도하게 달러가 공급되면 필연적으로 달러의 가치는 하락하게 되는 딜레마인 것이다.
실제로 2025년 1월 기준으로 미국의 국방비는 약 9,000억 달러인데 반해, 정부 부채의 이자는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미국의 부채 이자가 국방비를 초과했다는 뜻이며, 이를 퍼거슨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패권국가의 부채 이자가 국방비를 초과하면, 그 나라는 패권국가로서의 지위를 잃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25년 상반기에는 50년 만의 최대 규모로 달러가 약세를 기록했다.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달러 지수는 112에서 100 이하로 급락했으며, 이에 따라 원유와 달러를 제외한 모든 자산이 상승하는 "Debasement Trade"(화폐 약세 거래)가 나타났다. 이는 시장이 미국의 기축통화 지위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였으며, 이러한 위기 인식이 미국으로 하여금 구조적 변화를 추진하도록 만든 것이다.